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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rend

더 강해지는 미국의 제재와 화웨이의 선택

미국의 초강력 대중 수출 통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금주내로중국을 봉쇄하는 강력한 추가 수출 규제를 발표할 것이란 소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을 수출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기업도 미국 첨단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중국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중국 모든 기업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수출 봉쇄와 화웨이의 우회로

 

2020년 미국 상무부는 전세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기사가 어제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반도체 장비 반입 루트가 막힌 화웨이 측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펑신웨이(PXW) IC 제조라는 파운드리 스타트업을 설립해 해외 반도체 장비를 들여온다는 것입니다.

 

미 행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테고, 규제대상을 화웨이에서 전 중국기업으로 확대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화웨이-본사
화웨이 본사의 홍보관 (출처: 직접 촬영)

 

화웨이의 반도체 생태계 확장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을 제조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테크기업이지요.

2019년부터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의 고강도 제재 대상이 되었는데요.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규제로 인해 첨단 장비 등을 반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1년 하이실리콘의 매출은 전년 대비 81%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웨이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하이실리콘과 같은 팹리스(설계) 자회사에 집중투자하던 것을 반도체 소부장, SW 등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으로 투자영역을 늘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외부로부터의 기술 유입이 차단됐기 때문에 설계부터 제조까지 직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거죠.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 전망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중 무역분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당연히 미국 수출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도 중국 반도체 산업입니다.

 

특히 대규모 장치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성장동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첨단장비(ASML EUV 노광장비 등)의 공급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PXW 우회 건도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일 것입니다.)

 

그러나 팹리스(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팹리스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수요란 모바일, 통신장비, AI, 자율차 등 맞춤형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시장입니다.)

수요가 적다면 팹리스 산업으로의 진출 유인이 낮아지고 기술혁신 측면에서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팹리스 생태계가 취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팹리스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수요처가 있지만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직접 설계하거나 글로벌 팹리스의 IP를 라이센싱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제재로 해외 반도체 반입도 힘들게 됐습니다.

이는 중국의 팹리스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수요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라도) 자국 팹리스 기업들의 반도체를 사용하고, 팹리스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과연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가 5년 후, 10년 후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